블랙 over 블랙

이정환 프로 골퍼를 만났다. 얼마전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다. 인터뷰 장소는 롯데월드타워 애비뉴엘에 위치한 PXG 매장.

백화점 매장은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상품이 진열돼 있어 어지럽다. 시선도 혼잡하고 마음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여기선 한켠에 위치한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타격을 촬영해 분석하는 곳 같은데, 기하학적 형태가 독특했다. 쉽진 않아 보였다. 검정색 배경에 검정색 구조물이라니. 자칫 어둠에 묻히기 십상이다. 게다가 TV는 반사날 수 있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

#1. 메인 촬영

대략 구도를 잡고 첫 테스트 촬영.


f4.0 s1/125 ISO100

메인 조명은 잘 들었다. 인물에 드는 하일라이트와 섀도우 밝기, 각도 모두 만족.  조명을 화각 밖으로 빼고 싶었지만, 공간 여유가 없었다. 다음은 어두운 실내 분위기를 잡을 차례.

우선 노출을 2 stop 올려 실내등이 올라오도록(밝아지도록) 했다.


f4.0 s1/60 ISO200

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화면 왼쪽은 여전히 어둡다. 보조 조명을 놓고 밝혀 보았다.

플레어가 발생하며 검정색 배경이 밝아졌다. 나쁘지 않다. 모델 뒤통수에도 밝은 테두리가 생겼다. 검정색 머리가 검정색 배경과 더 잘 분리됐다. 이 정도면 OK. 다만 이 조명(Kicker Light)이 너무 두드러지지 않게 밝기를 1~2 스톱 낮췄다.

테스트를 마치고, 이정환 프로 촬영에 들어갔다.

인물이 비교된다. 젠장. 어쨌든 조명은 딱 들어 맞았다. 화면 왼쪽 kicker 덕분에 인물 머리가 검정 배경과 잘 분리되는 걸 볼 수 있다. 이 조명이 없었다면 검정 옷은 배경에 묻혔을 것이다.

화면 오른쪽에는 또다른 조명을 더했다. 이 조명은 오른쪽  뒤쪽 폴대에 하이라이트를 더해 검정 배경과 분리시켜 주고, 바닥 그린에도 살짝 빛을 더해주고 있다. 위에 올린 다른 사진과 비교하면 보다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몇 장을 찍고 변화를 줬다.

모델이 흰색 옷으로 갈아 입었다. 배경과 더 잘 분리 된다. 구도는 취재기자 요청으로 가로 사진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또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오른쪽 뒤로 어수선한 데스크가 화각에 들어왔다. 사무기기를 움직이긴 어려워 보였고, 대신 배너를 가져와 이를 가렸다.

TV도 껐다. 나중에 후보정으로 이미지를 입히기로 했다. 배너와 비슷한 분위기 사진으로.

#2. 배너 촬영

TV 이미지를 위해 추가 촬영을 했다. 머리 위에 메인 조명을 두고, 양쪽 뒤로 kicker 조명을 줘서 테두리를 살려줬다.배너와 같은 흑백 이미지를 염두에 뒀다. 여기서도 테두리 하이라이트가 생명이다. 배경과 인물을 명확하게 분리해주고 있다.

아래는 클로즈업.

최종본이다. 인물은 배너에 넣고, TV에는 실제 TV 화면 중 단순한 화면을 넣어주었다. 얼굴을 TV에 넣자니 얼굴이 너무 많아 시선을 분산시킬 것이다. TV 화면도 적당히 채도와 명도를 낮춰서 모노톤에 가깝게 묻히도록 했다.

세로컷.

조명에 대해 떠들었지만, 사실 그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인물이다. 인물이 좋으니 분위기가 확 산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피사체를 담아야 한다. 만고의 진리다. 조명은 숨어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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