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타협

간혹 상품 사진을 찍는다. 주업은 아니지만 종종 맞닥뜨린다. 그럴 때마다 긴장이 된다. 배치를 어떻게 할지. 조명은 어디에 둘지. 인물사진과는 또다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날은 ‘헤스커’라는 골프 수제화를 찍었다. 압구정동 매장에는 어느 정도 디스플레이가 돼 있었다. 그나마 다행. 테이블과 화초, 색지와 소품이 깔려 있었고, 메인 피사체인 신발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찍을 수는 없다. 신발은 너무 가지런했고 소품도 너무 많았다. 재배치가 필요했다.

세팅1. 몸풀기
제로부터 시작하면 멘붕이 올 것 같았다. 그보다는 기존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하나둘 바꿔가는 방법을 썼다. 먼저 주요 피사체인 신발을 전면에 부각시켰고, 나란히나란히를 피해 역동성을 더해주었다. 골프화라는 테마를 살리기 위해 골프 클럽도 멀찌감치 위치시켰고, 화초는 화사함을 더하는 동시에 뒤쪽 지저분한 배경을 가리는 데 썼다. 다양한 상품을 보여주되, 난삽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조명은 높은 컨트라스트, 강렬한 하일라이트를 컨셉으로 했다. 카메라 왼쪽에 메인 조명을 뒀다. 강한 컨트라스트를 얻기 위해 실버 엄브렐라를 사용했다. 하이라이트가 날지 않도록 광량을 조절했다. 아래 사진을 보자.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하이라이트는 적당하다. 메인 조명은 이 정도로 두고, 다음 보조 조명을 더해 섀도우 부분을 밝혀주면 된다.

보조 조명은 카메라 오른편에 뒀다. 보다 부드러운 빛을 얻기 위해 반투명 우산을 통해 빛을 투과시켰다. 아래 사진은 보조조명을 더하기 전과 후.

어찌 보면, 오른쪽 조명이 메인 조명이고, 왼쪽 조명이 킥 조명(하일라이트를 더해주는) 같다. 뭐가 메인 조명이 됐든, 중요한 건 사진이 잘 나오는 것.

전체 스케치는 이렇다.


저 뒤쪽에 스트로보 하나가 더 있다. 천장 바운스를 줘서 안쪽 배경이 너무 어둡지 않게 했다.

세팅2. 진검승부
개괄적인 세팅을 마치고 미세 조정에 들어갔다. 구도와 조명 모두 변화를 조금씩 가했다. 키높이 깔창과 모자 등은 수차례 테스트 샷을 찍으며 적당한 자리를 찾아 갔다. 키높이 깔창이 특히 걸렸다. 아래 탁자에 두자니 생뚱 맞고, 위 탁자에 두자니 지저분했다. 빼면 미관상 더 나았겠지만, 정보(이런 것도 팝니다) 차원에서 넣고 싶었다. 조금씩 멘붕이 왔다. ‘아 왜이리 배치를 못하지’ 하는 자책류. 그러다 현 위치에서 낙찰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메인 조명 역시 조금씩 옮겨가며 사진을 찍었다. 이유는 정반사 즉 하이라이트와 그림자가 가장 멋지게 떨어지는 위치를 찾기 위해서다. 모델링 기능이 있었다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겠지만, 스피드라이트로는 일일이 찍어서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가장 많은 정반사를 얻기 위해, 조명(스탠드 역시)이 구도 한 가운데 들어오도록 위치시킨 사진도 있다. 스탠드는 나중에 후보정으로 지우면 된다.


정반사 하이라이트, 섀도우 모두 살아있는 사진이 역시 가장 마음에 든다. 그건 인물사진과 다르지 않았다.

제품 사진은 어렵다. 경험이 적으니 자신감이 없다. 긴장에서 시작해 때로는 멘붕, 때로는 성취감으로 마무리한다. ‘네 자신을 믿어라.’ ‘순간을 즐겨라.’ 이런 말은 아직 요원하다. 기대치를 낮추고, 현재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적당한 타협이 정신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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