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재미

사진을 찍을 땐 늘 긴장된다. 조명을 쓰면서 긴장도는 더 높아졌다.

조명을 쓰지 않을 때는 직관적으로 찍었다. 척 봐서 딱 찍으면 됐다. 예상하던 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조명을 쓰기 시작하면서 스텝이 여러번 꼬였다.

가장 흔히 맞닥뜨린 실수는 이거다. 배경의 부조화. 인물에 조명을 맞추면, 배경이 어두웠다. 배경은 배경대로 또다른 빛을 줘야 했다. 공간이 넓을수록, 공간이 깊을수록 라이팅은 더 어려웠다. 2년 전 찍은 사진을 보자. 토이키노 장난감 박물관 원장 사진이다.

배경을 비추는 데 엄청 애를 먹었다. 아래는 조명 상황.

먼저 카메라 왼쪽 위에서 주조명이 인물과 미키마우스를 비추고 있고, 중간쯤 흰 종이가 인물 어두운 쪽에 반사광을 주고 있다. 일반적인 조명이다, 여기까진. 배경등으로 우선 카메라 오른쪽에서 배경을 비춰주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림자가 너무 셌고, 진열장 뒤쪽 안쪽도 어둡게 보였다. 원래는 반대쪽  깊은 곳에 배경등을 테스트 해봤다. 그때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진열장 창에 반사가 나서 하얗게 떴다. 통로 양쪽이 유리 진열장이다보니 어떻게 조명을 놔도 반사가 떴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다가, 배경 안쪽에 작은 스트로보를 잘 숨겨 놓는 정도로 해결을 봤다. 클로즈업 사진에서 미키마우스 뒤쪽을 보면 그 효과가 잘 보인다. 문제를 지적하자면 한 두개가 아니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다음 사진으로 넘어갔다. 보다 쉬운 사진. 배경에 따로 조명을 안 줘도 되는 사진. 배경에 깊이가 없는 사진.

옛날 사진을 다시 들추자니 매우 부끄럽다. 각설하고. 이번 촬영으로 돌아가자.

미스터 픽을 찍었다. 중고차 매매 관련 앱을 개발한 벤처회사다. 사무실이 꽤 근사했다. 촬영지로 일단 두 군데가 눈에 들어왔다. 먼저 회의실을 보자.

원목 테이블, 예쁜 조명, TV, 활력이 넘치는 게시물들(블라인드 뒤에도 여러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훅 끌렸다. 그런데 애써 외면했다. 상당히 어려울 지 모른단 우려가 됐다. 실내등과 자연광, 스트로보를 조화시키는 게 까다로워 보였다. 실내등을 살리려면 저속촬영을 해야는데, 그랬다간 자칫 창밖 자연광이 하얗게 떠서 할레이션을 줄 수 있다.  배경이 너무 어두우면 우리 잡지에는 잘 안 맞는다. 장노출로 내부를 밝히면 전반적으로 밋밋해진다. 그 밖에 좌우편 게시물도 별도로 신경을 써줘야 할 거다. 게다가 시간 여유도 많지 않았다. 눈 딱 감고, 그 옆 다른 배경을 정하려 했다. 그런데 지나가는 홍보 담당자의 한 마디. “여기 어떠세요? 준비해 뒀는데.” 이 한 마디에 흔들려 결국 출사표를 던졌다.

먼저 블라인드를 내려 극단적인 실외 상황을 아예 차단했다. 블라인드가 흉하지 않고 실내 분위기와 어우러져 다행이었다. 그 다음 셔터 속도를 조정하며 적정 실내 노출을 잡았다. 색온도는 5500K 스트로보 조명에 맞춰놓았다. 배경에 살짝 그린이 돌지만 수용할 만 했다. 메인 조명은 머리 위쪽에 뒀다. 배경으로 덜 새고, 인물 상반에 하일라이트를 주고자 인물 위쪽에 가깝게 뒀다.

좀 어둡지만 첫 컷치고 괜찮았다. 아, 그리고 화각을 세로로 돌려 좌우배경은 과감하게 잘라버렸다.

다음은 포토샵에서 노출을 0.4 스톱 정도 올린 사진이다.

딱 좋네? 그런데 현장에선 노광시간을 올리는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보조조명과 배경조명을 줘서 밝기를 띄웠다. 보조조명은 카메라 뒤쪽 흰벽에 반사되도록 위치시켰고, 배경조명은 모델 뒤쪽 옆 공간에 숨겨서 천정에 바운스 시켰다.

전반적으로 밝아지긴 했는데, 난 위 사진이 더 좋다. 인물에 대비가 보다 분명하다. 대비 얘기는 조금 뒤에 다시 하기로 하고.

다음 인물 없이 배경만 놔두고 동일한 촬영을 했다, 조명은 없애고. 나중에 천정 부분만 포토샵으로 얹어 조명을 지우기 위함이다.

다음은 두번째 촬영. 바로 옆 소파에서 찍었다.

회의실보다 평면적이다. 덜 까다롭다. 조명을 얹어 보았다.

딱 나왔다. 얼굴에 하일라이트가 부드럽게 모아져있고, 주변부로 갈수록 어두워지며 전반적인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양옆 소품도 과도하게 빛을 받지 않아 튀지 않는다. 위 두 사진을 합성해 조명을 지우면 이렇게 된다.

만약 조명을 보다 멀리 둔다면, 이런 주목 효과(주변부 어두워짐)는 얻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밝아지고, 얼굴 컨트라스트도 옅어진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포즈만 빼고 보면. 다음은 클로즈업, 보다 부드럽게.

빛이 잘 들었다. 2년 전에 비하면 실내등이나 자연광을 잘 활용하는 거 같다. 그렇게 스스로 평가해본다. 그런 날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 그런 날도 있다. 그래서 늘 긴장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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