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등으로 찍었나요?

‘더젤’ 와인바에 갔다. 지하 저장고에서 지상3층까지 모두 인테리어가 근사했다. 그중 2층 방이 가장 눈에 띄었다.

창문으로 드는 빛과 실내등이 분위기를 더욱 고전적으로 연출하고 있었다.

오른쪽 공간에 인물을 배치하면 되겠지?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더 고려해봐야 했다. 실내 분위기가 근사하다고 반드시 인물과 잘 어우러지는 건 아니다. 막상 인물이 자리를 잡으면 전체 그림을 완전히 망가뜨리기 쉽다. 실내등이나 가구를 가려서 애매한 경우가 많다. (전에 이에 대해 쓴 글이 있다. http://achaphoto.com/20160510-2/)

인물과 조명, 카메라 위치는 대략 이렇다. 방이 넓지 않아서 다른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카메라도 뒤로 빠질 공간이 없었고, 그 결과 화각에 담기는 실내 공간도 여유 없이 빡빡했다. 자막을 넣을 빈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또하나 있었다. 소품. 골프 매거진에 싣는 사진이다보니 골프채나 골프가방 같은 소품을 넣어줘야 했다. ‘골퍼에게 어울리는 와인(바)’이 주제였다. 와인도 넣어줘야 하고. 한 손에 와인잔을 들면, 다른 손에 골프채를 들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한쪽에 가방을 놓는 걸로 골프 소품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놈의 가방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가방이 너무 지배적이다. 가방 광고라면 모를까,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게다가 실내등 바로 아래 위치해 공간미를 헤친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뉘어도 봤다가 비틀어도 봤다가 해도 맘에 들지 않는다. 오른편 구석에 처박기에도 마땅찮고. 가방을 멀리 두려면 인물과 자리를 바꾸는 수 밖에 없었다.

인물을 왼쪽으로 옮기면, 조명도 옮겨줘야 한다. 인물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지금 조명대로라면 얼굴에 빛이 거의 들지 않게 된다. 그런데 오른쪽엔 조명을 둘 공간이 없다. 바로 벽이다. 그래서 인물 위쪽으로 조명을 옮겨야 했다.

나아졌다. 가방으로 인한 부담감은 줄었다. 그렇지만 또다른 결함이 생겼다. 위 사진은 인물이 너무 부담스럽게 가깝다. 아래 사진은 이를 해결했다. 인물에 드는 빛도 보다 입체적이다. 하일라이트와 섀도우가 잘 나뉜다. 하지만 인물이 실내등과 충돌하는 단점이 있다. 지금 보니 윗 사진이 더 나은 거 같은데, 현장에선 광각 왜곡이 더 염려됐다. 그래서 아래 조건에서 더 많은 사진을 찍었다. 다음은 최종샷.

조명을 포토샵으로 옮겼고, 창문도 지웠다. 창문이 너무 밝아서 눈에 거슬렸다.

아래는 또다른 참고할만한 사진.

골프라는 주제만 제외한다면, 이 사진이 더욱 마음에 든다. 실내를 어둡게 연출해 분위기가 드라마틱하고 인물 주목도도 더 높다. 인물에 드는 빛도. 잡지에 쓰기는 조금 어두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도 창문은 포토샵으로 지웠다. 한가지 더 고백하자면 앞쪽 의자도 포토샵으로 그린 거다. 원래는 다른 사진들처럼 의자를 한켠으로 쭉 밀어뒀었다. 이 의자는 처음 ‘배경 테스트샷’에서 따왔다. 애초에 의자를 치운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방 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의자가 전경에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오히려 의자가 있는 게 더 낫다. 어두운 실내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골프가방이나 볓이 드는 바닥을 보여주는 것보다 난삽하지 않다. 가방도 아예 뒤로 처박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쉽다. 어쨌든 이 블로그의 숨은 제목처럼 이번에서 ‘실수’에서 배운다.

참, 한가지 중요한 걸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서 조명은 모델과 아주 가깝게 위치시켰다. 그래야 배경으로 새나가는 빛이 빠르게 어두워진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어두워진다.) 조명이 멀수록, 조명~모델 vs 조명~배경 간 거리 비율이 줄어들어 배경으로 새는 빛이 상대적으로 더 밝아진다. 어두운 실내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선 빛을 잘 컨트롤 해야 한다. 허니컴 그리드나 더 작은 소프트박스를 썼다면, 배경이 더욱 어둡게 떨어졌을 거다.

스트로보를 쓰되, 쓰지 않은 것처럼. 실내등으로 비춘 것처럼 보이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사진쟁이 조명 연출도 그런 거 같다. 튈려면 아주 튀던지. 아니면 아주 자연스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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