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사진의 매력

모델 송다인 님을 만났습니다. ‘포토로’라는 페이스북 사진 동호회에서 연락을 주고 받았고. 커피숍에서 사전미팅을 하며 컨셉을 잡았죠.

다인님은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매우 섹시했죠. 이전 사진들도 그런 모습을 잘 표현했더군요. 그래서 이번 촬영은 정반대로 갔어요. 이미지, 섹시함을 걷어내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 드러날까. 거기에 포커스를 뒀습니다.

라이팅 컨셉은 로우키로 잡았어요. 어두운 톤으로 분위기를 자제시키려는 의도랄까요. 메인 조명은 옆쪽에 두었습니다. 앞쪽에 두면 얼굴이 평평하고 밋밋하게 나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어렵죠. 아래는 조명 그림입니다.

주등 main light는 모델 옆에 있는 120cm 소프트박스, 보조등은 카메라 뒤에 있는 220cm 우산이에요. 보조등 역할은 잠시 뒤에 살펴 보고, 우선 주 조명을 살펴보죠.

주 조명을 옆쪽에 둘 때는 각도가 치명적입니다. 아래 사진을 볼까요. 얼굴을 아주 조금 틀었을 뿐인데, 얼굴이 확 달라 보입니다. 조명 위치도 중요하고, 얼굴 각도도 잘 살펴야 합니다. 코 그림자를 특히 유의해야 하죠.

모델~주 조명 간 거리는 약 1m 정도예요. 더 멀어지면 하일라이트와 섀도우 간 경계가 날카로워지죠. 여기선 경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조명을 가깝게 위치시켰습니다. 문제가 하나 있죠. 가까운 만큼, 주변부로 갈수록 빛이 빠르게 어두워집니다. 다리부분을 보면 얼굴에 비해 꽤 어둡죠. 팔만 보더라도 어깨쪽에 비해 손쪽이 어둡습니다. 빛의 세기는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법칙 때문입니다.

[빛의 역제곱 법칙 = 광원에 가까울수록 빛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멀어질수록 더디게 어두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조명을 5m 정도 떨어뜨려 놓으면, 조명~얼굴 거리(약 4.9m)나 조명~다리 거리(5.1m)나 크게 다르지 않죠. 그래서 피부 밝기가 얼굴이나 다리나 비슷합니다. 하지만 오늘 촬영처럼 1m로 가까이두면, 조명~얼굴 거리(약 0.5m)와 조명~다리 거리(1.5m)가 크게 차이나고, 빛의 세기는 그 제곱 만큼 어두워지는 겁니다. 숫자는 개략적으로 과장했으니 너무 세세히 따지지 마시길^]

여기선 주변부가 어둡더라도 상관없겠죠. 밝은 얼굴쪽으로 시선이 모아질테니 오히려 더 낫습니다.

이번엔 보조등 역할을 살펴볼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보조등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설명이 필요없죠? 보조등 세기는 대략 2스톱 정도 주등보다 어둡게 두었습니다.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섀도우 디테일을 살리는 정도를 목표로, 밝기를 설정했어요.

하지만 검정 옷에 디테일이 너무 안 보이죠? 이건 포토샵으로 살리기로 했습니다. 촬영장에서 디테일을 살리려면 보조등을 더 밝게해야 하는데, 그러면 얼굴 부분 섀도우가 너무 밝아져 별로이니. 손쉬운 해법을 택했습니다.

최종 컷입니다.

관점에 따라 후보정을 많이 했다고도 할 수 있고, 안 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우선 전체적으로 밝기를 0.3 스톱정도 밝혔습니다. 옷부분은 훨씬 많이 밝게 했고요. 색조는 약간 녹색과 노랑이 돌게 했습니다. 그 밖에는 소소한(?) 것들(배경에 질감을 입히고. 몸매를 리퀴파이 하고. 피부톤 힐링하고) 입니다.  역시 촬영 원본이 좋아야 후보정도 쉽습니다. 가능하면 후보정보다는 촬영장에서 해결을 하는 게 편합니다.

요즘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주로 찍게 되네요. 어두운 조명 아래, 포즈 없는 인물 사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게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어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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